[식물] 다육이와 삶 (2) - 까라솔 순따기
순따기란 무엇인가
순따기란 멀쩡한(?) 잎이나 가지를 잘라서, 식물의 수형을 다듬거나 번식을 도와주는 것이다. 적심이라고도 한다. 특히 다육식물은 생장점을 건드리면 오히려 잎이 많이 나와서 군생을 이루게 된다. 경험이 별로 없어서 건강한 잎을 건드리는게 걱정이 됐고 여러 블로그를 찾아봤다. 다육식물이 쑥쑥 크는 봄이나 가을이 순따기에 제격이라는 말이 많아서, 9월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알고보니 동형 다육은 가을에 적심을 하는 것이 좋고, 춘추형 그리고 하형 다육은 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까라솔은 이론상으로 동형이니 가을에 하는게 적절했다. 보통은 건강한 화분으로 해야 확률이 높다는데, 비실비실한 상태로는 꽤 모험이었다.
실로 깔끔하게 떼는 분들도 많던데.. 자신이 없어서 손으로 쥐어뜯어 버렸다. 이렇게까지 뜯어버렸는데 자구가 한개만 나서 똔똔이 되어버렸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껏 떼버렸는데.. 자구가 여러개 나길 바라며 핀셋으로 중심을 여러번 긁어줬다.
인고의 시간
1~2주일이면 자구가 난다고 했는데, 그 과정을 기록한 블로그는 찾지 못했다. 아무것도 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고통스러운건가, 까라솔은 한껏 오므려졌고, 물을 많이 먹는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해졌다. 핀셋으로 건드리는 바람에 주위 잎에 까맣게 상한 자국이 남아서 속상하다.
일주일만에 초미세한 잎이 눈에 띄었다. 아무리봐도 한개인데.. 나도 똔똔이 될 것인가.. 열심히 햇빛에 까라솔을 놓고 꼭꼭 바람도 쐬게 해줬다. 하지만 그 뒤로도 한참 소식이 없었다. 2차 면접이 여러개 잡혔고, 바빠져서 화분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어졌다.
한동안 잊다가 2~3주 뒤에 보니 정말 예쁜 자구가 나있었다..!
총 확인된 자구는 4개. 11월 날씨가 만족스러웠는지 가장자리가 탐스럽게 익었다. 12월 들어 추위에 또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내년 봄에 또 잘 돌봐서 양옆 가지도 순따기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대단히 내가 무언갈 하지도 않았는데도 뿌듯한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