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뒤풀이하는가> 독후감입니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라이너 풍크 저, 장혜경 역 / 2016년 8월 8일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에리히 프롬의 시대를 꿰뚫는 예리한 통찰당신이 무기력한 이유는‘남이 바라는 나’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에리히 프롬은 지금 이 시대의 고민을 예측했었다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자존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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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라오스로 일주일간 휴가를 갔다. 세계일주를 다니던 친구 부부는 불교 국가를 다니며 진리 탐구에 심취(?)해 있었는데, 루앙프라방을 돌아다니며 내게 물었다.
👨🏻🦲: 너는 왜 회사에 다녀?
🥤: 돈을 벌려고.
👨🏻🦲: 돈은 왜 벌어?
🥤: 집을 사려고. 차도 사고.
👨🏻🦲: 집을 사고 차도 사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거야?
🥤: 돈을 계속 많이 벌어야지.
👨🏻🦲: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야하는데?
🥤: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경제적 자유가 왜 중요한데?
🥤: 나는 내가 해보고싶은 걸 못해봤거든. 일단 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걸 할거야.
👨🏻🦲: 그럼 너는 하고싶은걸 할 자유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거야?
이 때 내 의지대로 살고 있지 않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던 것 같다.
내 자아는 어디에 있는걸까?
간략히 소개 -
누구나 무력감을 느낀다. 예상치 못할 때, 정말 시간적, 비용적 여유가 없을 때도 무력감이 찾아온다. 무력감은 어떤 통제되는 기분이 아닌데다가, 근원지도 간단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제목만 보면 요즘 베스트셀러와 흡사한 유형같다.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10가지 방법> 류의 자기계발서 처럼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걸 내가 필요로 하기도 했고) 실제로 마주한 내용은, 날카로운 현대사회의 비판과,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적 사유였다. 저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회심리학 연구가이고, 이 책은 현대인이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성장하며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무력감과 그로 인한 인간의 행동 양상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추상적이고, 현대 사회에 꽤나 비판적이기에 진정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점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론이 지나친 일반화에 기반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다수는 '오늘의 우리'의 심리에 많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과도하게 대중문화에 노출되어 있고, 과도하게 같은 목표를 추구하며 (경제적 성공), 인간은 창의적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도 대부분 피상적이라고 작가는 단언하고 있다.
가끔 나는 어디서 보고 들은 얘기를 뛰어나 보이기 위해서 나의 의견처럼 말할 때가 있다. 며칠 후 팀원 중 누군가도 마치 그 의견을 본인의 의견처럼 언급한다. 이런 일은 내 주변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우리가 매일 흡수하는 정보들이 사실은 얼마나 가벼운가. 이 모든 것은 다 자아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자아의 부재는 자발적인 활동, 즉 자유로운 삶의 부재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 자유의 억압은, 스스로와 사회에 대한 몰이해 (이상과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의 충돌)와, 그로 인한 무력감, 심하게는 공격성으로 표출되고 만다.
스스로를 통찰할 시간이 없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들여다보니 사실은 잘 읽히지는 않았다. SNS처럼 단편적인 글만 보다보면 문단과 문단을 읽는 능력이 사라진다고 했던가. 독서를 게을리 했더니 확실히 산만해졌다. 방대한 정보가 오히려 뇌를 괴롭힌다는 느낌은 있지만,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정보를 얻는 것이 현대인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라고 합리화해본다).
이 책의 결론에 의하면 진짜 삶을 살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나 스스로를 집단과 분리하고, 자아 경험을 통해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다. 2020년에 얼마나 자아와 사회를 향한 통찰의 시간이 부족했나.. 반성이 되었다.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유형을 읽으며 나 외에도 과거의 직장동료, 가족들의 행동들이 기억을 스쳐지나갔다. 어떤 이는 현실의 불만족, 어떤 이는 열등감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그들도 자아를 위치를 위협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걸까?
올해를 마무리하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자아성찰이 필요한, 슬럼프가 온 누구에게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근원에 대한 약간의 자각만으로도, 머리를 맑게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인문학이 삶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이 있었던 한 해가 져물어간다. 내년에는 우리의 현실이 보다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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